
■베이스는 개그, 그 위에 정과 상냥함을 끼얹은 분위기 게임
나왔다.
객관적으로 보면 70점인데 묘하게 모든 구석이 마음에 들어서 백점 이상 주고싶은 그런 작품
매년 한두개 '이런' 작품이 있었고 이것 때문에 명작이 아닌 작품도 일부러 찾아서 발굴하곤 했는데 12년에는 빨리 찾았다.
내용은 이렇다.
어렸을 적부터의 꿈이었던 양과자점을 경영하면서 일어나는 이런저런 꿈과 사랑의 이야기
여기에 갈등 요소인 '먹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마법'을 걸 수 있는 마녀의 존재를 살짝 끼얹어,
'마법으로 인한 맛의 상승은 옮은 것인가?'를 중심으로 한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작은 판타지와 장인의식에 대한 메시지가 섞인 직장 러브 코미디라고 보면 되겠다.
▼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개그
처음부터 요란 떨면서 왁자지걸 떠들거나 자극적이고 과격한 전개로 사람 혼을 빼놓는 웃음을 주거나 하지는 않는데,
일상의 모든 요소 하나하나가 작은 대화 하나하나가 웃음을 머금고 있고, 그게 읽는 사람을 참 편안하고 즐겁게 해준다.
그렇게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등장인물들에게 정이 쌓이고
그 정 덕분에 개그가 점점 재밌어지고
하하호호 웃고 있다보면 어느센가 월드에 대한 사랑이 한 없이 커지게 되는 그런 작품
'물의 도시의 양과자점'이라는 제목에 걸맞는 판타지와 현실에 한발씩 걸쳐놓은 동화스러운 배경 미술과
어떤 상황에서도 미소를 잊지 않고 -시리어스한 장면에서도 심지어 고백씬에서도- 웃음을 심어놓는 유쾌함
지나치게 남을 배려한 나머지, 겸손이 지나쳐 '귀여운 비굴함'마저 지닌 주인공이 만들어내는 다정함
모난 사람 하나 없이 절대적인 선의와 웃음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만들어내는 그 특유의 상냥한 분위기
이 분위기 속에 녹아드는 느낌이 참 좋다.
하~ 난 이렇게 정과 웃음이 듬뿍 담긴 분위기 게임에 진짜 약하다.
■캐릭터 개별 감상
캐릭터들이 너무너무너무 사랑스럽다.
우선 소시민의 극을 달리는 주인공
결코 잘 생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작중에서 몇번이나 강조하면서 그걸 개그로 사용하고,(이게 너무 마음에 든다ㅋㅋ)
딱히 성격이 착하다기보다는 그릇이 참 작아서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배려로 가득차 있는 쓴웃음 나오는 소시민적인 다정함
종업원들에게도 무의미하게 사랑받고 존경 받는 것도 아니고,
그냥 딱 양과자점 오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대우뿐인데, (이 작품의 히로인들은 주인공에게 애교를 존나 안떤다!ㅋㅋ)
이게 참 묘하게 리얼한게 되려 감정이입도 잘되니 좋았다.

다음으론 작품의 대표 이미지 캐릭터이자, 로아조브류(양과자점 이름)의 무능력 모에 캐릭터 미카
보통 미소녀 게임의 히로인들은 얼굴이 이쁘거나 애교가 있거나 무언가 재주가 있거나 하는건 기본 스펙인데
우리 미카에게는 그런거 아무 것도 없다!!!!
집안 대대로 물려받은 '먹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마법'을 음식에 걸 수는 있지만 그것뿐!!
딱히 그렇게 도움이 되는 마법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영리하게 애교 부릴 줄도 모르고,
자기 자신에 자신이 없어서 항상 자학적이고
미래에 대한 비전도 뭣도 없고,
게다가 무직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들 가여운 것을 보는 눈으로 미카를 바라보는데 이게 참ㅋㅋ
로아조브류에 위기가 찾아왔을 때 먼저 하는 말이 '우리 가게가 망하면 미카는 어떻하지...'일 정도니ㅋㅋ
작중의 무능력 모에 캐릭터로서 참 좋은 개성을 뿜어내는 캐릭터다.
애교가 없는 것도 딱히 남에게 쌀쌀맞게 대해서 애교가 없는게 아니라,
애가 눈치 빠르고 간사하게 살지 못하고, 우둔하고 커뮤니케이션이 서툴어서 애교를 못부리고 손해를 보는 것이라,
이게 또 밉기는 커녕 그냥 안쓰럽기만 하다. (여자애라고 모두 다 애교를 잘 부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작중에서 별로 안 이쁜 소녀로 묘사 되는 것도 재밌다.
다른 소녀들은 귀엽다 귀엽다 칭찬 받아도 꼭 미카만 못받는데 이게 또ㅋ
괴롭힘 당하거나 혼나면 털어내고 일어내는 성격이 아니라, 화도 못내고 풀죽은 강아지가 되는데
와 이게 뭐라 표현하기 힘든 보호욕이랄까, 그런 애틋한 감정을 자극한다.
그래서 그 표정 보고 싶어서 더 괴롭히고 싶고!!!!!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말그대로 '안쓰럽다'라는 말이 그 누구보다 어울리는 캐릭터
물의 도시의 양과자점의 진정한 마스코트 캐릭터이다.

마리는 이성 소꿉친구를 가지게 될 경우 어떤 악영향이 나오는지에 대한 좋은 케이스
다정하고 상냥한 소꿉친구의 환상 따위는 우리 마리짱이 전부 파괴해준다.
점원들에게 주인공을 소개 할 때 -> "준은 화를 내면 목소리가 게이처럼 변해"행동 하나하나 말 하나하나가 20년지기 부랄친구 같은 배려없는 발언들의 온 퍼레이드다.
러브레터를 받은게 아닐까하고 긴장한 주인공에게 -> "진정하고 거울을 봐ㅋㅋ"
다른 히로인 루트에서 진지하게 고백을 하고 있는 주인공을 보며 -> "푸핰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이상하게 이게 그리 기분 나쁘지 않단 말이지
문장으로 읽으면 참 심한 발언과 행동들인데, 막상 작중에서 마리가 깔깔거리면서 말하는걸 보면 또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다.
기분 나쁘긴 커녕, 나랑 수십년간 이어져 있는 인연의 튼튼함을 증명해주는 느낌이 더 크게 드니... 거참ㅋ
얘는 또 개별루트가 참 좋았다.
서로 좋아한다고 말 했지만 왠지 내가 더 좋아하는거 같고
왠지 마리는 나처럼 필사적이지 않은 것 같고, 나만 끌려다니는 것 같다.
분명히 말로는 좋아한다고 말해주지만...
정말로 날 좋아하는지 애가 타는 느낌
얘는 나에게서 '남자'보다는 '가족'의 모습을 찾으려고하고
나는 존나 섹스섹스 하고 싶고...
말로는 분명히 좋아한다고 한다
하지만... 정말? 정말 좋아해? 라고 몇번이고 되묻고 싶어지는 그런 여자애였다.
그래서 육체를 정신없이 탐하는 에로씬이 존나 야하게 느껴진거 같다
마음은 주던 안주던 육체는 내꺼지롱~! ^^^^^^^^^^^^^^

내 최애캐는 엘렌!!!
프랑스인 캐릭터
보통 애니나 게임에 나오는 외국인 캐릭터는 일본을 사랑하고 일본말을 어색한 발음으로 말하거나
단순하게 금발과 큰 가슴만 들고와서 '외국인 캐릭터입니다!' 하는 경향이 많은데
엘렌은 그런 식상한 외국인 캐릭터와는 일선을 달리한다.
얘는 뭐랄까, 발상, 발언, 행동 하나하나가 '외국적'이다.
영화 같은데서 주로 나오는 일 잘하고 자신감 넘치는 외국 여성 클리셰가 있지 않은가
그걸 일본식 모에로 재구성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작품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캐 조형이라고 본다.
성우 연기가 놀랄 정도로 수준이 높은 것도 포인트

'일을 사랑하고 자신감 넘치는 외국 여성'이라는 점이 '소심한 동양인'의 대표격인 주인공이랑 대조되서 그녀의 외국적인 터프한 매력이 더욱 빛을 발한다.
'지금 당장 이 글을 쓴 사람을 내 앞으로 데려 오도록 해. 난 이런 일방통행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용납 할 수 없어'
'흠~ 고마워, 덕분에 눈물이 쏙 들어 갔는걸? 다음엔 네가 울어볼래?'
'무슨 좋은 일 있냐고? 좋은 일인지 아닌지는 아직 알 수 없어. 일단 오늘 밤에는 준과 데이트 예정이야'
이런식으로 발상과 발언, 단어 선택, 조크를 섞는 방법 등등 모든 점이 다 이국적이다.
이 외국인 감각을 재현한 캐릭터를 야겜에서 볼 수 있는 건 이 작품의 가장 큰 쾌거라고 여기고 싶다.
가장 기억에 남는건 주인공이 용기를 내서 고백할 때 반응(누설포함)
[주인공이 낭만적인 대사를 말할 때 마다,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좋아, 계속해줘' 하고 부추기는 모습이 참ㅋㅋ,
이걸 뭐라고 해나 이게 글로 적으면 삘이 안오는데
여유있게 사랑의 말을 주고 받는 느낌이 되게 영화의 한 장면 같다고 해야하나,
그 '야겜에서는 낮설지만 영화에서는 흔한 클리셰'에 웃음이 나오면서도 묘하게 낭만적인 맛이 있었다.]
행동 하나하나, 발상 하나하나가 자신감으로 가득차 있고
매사 연극을 하는 듯한 유쾌한 하이텐션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프랑스 여성
일본식 캐릭터들의 소극적인 여성상이랑은 아예 정반대에 서있는 엄청나게 신선하고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장인정신 vs 상품의 질
마지막으로 이 작품에서 언급할 점은 '마법'의 존재이다.
우리의 무능력 소녀 미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재주는
바로 '먹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마법'을 음식에 걸 수 있다는 점
미카는 전부터 이 마법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사용해왔고,
마법으로 더욱 맛있는 케이크를 먹을 수 있다면 그것이 진리라고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파티셰로서 평생을 걸쳐 노력해온 주인공은 당연히 탐탁치 않다.
자신의 손이 아니라, '마법'이라는 정체불명의 힘으로 인해 맛있어지는 케이크
이게 정말 제대로 된 케이크일까? 이걸 파는건 사기가 아닐까?
무엇보다 장인으로서의 내 자존심은 어떻게 되는 걸까?
어렸을 적에 맛본 케이크의 맛을 잊지 못해서 파티셰가 된 주인공
일본에서 맛본 케이크의 맛을 잊지 못해서 해외에서 일본에 까지 찾아온 일류 파티셰인 엘렌
자신의 꿈의 기반이 되는 존재였던 케이크의 정체가 '마법의 케이크'라는 사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야기는 가벼움 속에서도 장인 정신에 대해서 고민하고,
맛에 대해서 고민하고, 손님에 대해서 고민하고,
결국 파티셰의, 나의, 꿈의 본질에 대해서 고민한다.
장인으로서의 자존심은 손님이 받을 상품의 질보다 우선시 되야하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아주 조용하게,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작품 내에서 제시된다.
그 메시지에 공감을 하던 하지 않던,
'하나의 답'으로서 충분히 납득 할 수 있는 좋은 이야기였다고 본다.
■마무리
작품의 흐름은 느긋하고, 인간관계에는 정이 있고,
이야기 전반에는 개그 코드가 깔려 있는 완전 내 취향을 정확히 찌르는 이야기
순애물에 꼭 있는 후반 진지병으로 싹 식게 만들긴커녕, 시리어스씬에서도 자연스럽게 개그를 끼워넣고,
조금이라도 멋있는 장면이 나올라고 치면,
자신의 진지한 모습에 스스로 부끄러운지 막 얼버무리고 개그를 쳐버리는 작품이다.
물의 도시의 양과자점에서
귀여울 정도로 비굴한 주인공과 인간적인 맛이 가득한 점원들이 함께 일상을 보내는 이야기
무대의 등장인물을 감싸는 키워드는 상냥함 그리고 웃음
몇 번이나 읽고 싶고,
언제까지나 머물고 싶은 안락함을 지닌 우수한 작품이었다.
@이자벨이나 렌, 미카네 누나 같은 매력적인 서브 캐릭터가 많은 것도 인상적

특히 이자벨은 완전 내 취향 캐릭터라서 꼭 에로씬이 있었으면 했는데... 아쉽다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