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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세인더스 1부 - 나뚜르 게임

■시도만으로 의미가 있는 작품

일본에서 태어난 장르이자 일본 외에선 만들어지지도 않는 장르인 비주얼 노벨 (에로 게임)
최근 그 비주얼 노벨을, 그것도 에로 묘사가 들어간 본격적인 '18금 비주얼 노벨'을 한국에서 제작한 팀이 있다고 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제작사는 나뚜르
타이틀은 크로세인더스

사실 한국에서도 여럿 비주얼 노벨풍의 게임은 나온 적이 있었다. (전설의 뮤앤아이라던지)
하지만 미소녀의 성묘사가 들어간 노벨 게임, 즉 '18금 비주얼 노벨 게임'은 이 게임이 최초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그 첫 시도 만으로도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머리로는 생각할수 있다.
하지만 그걸 실행에 옮길수 있는 사람은 아주 일부 사람이다.
누가 뭐라고 하던 이들은 남들이 다 생각만 해오던 일을 실제로 실행하고, 그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았다.
결과물이 어떨지 언정, 이들이 결과물을 냈다는 사실 그 자체
즉 [성묘사가 있는 본격적인 노벨 게임]을 한국에서 만들어 냈다는 사실 (주1)
거기에 담긴 의미는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고 크다고 생각 한다.

■매력적인 설정

시나리오 장르는 최근 나스 키노코의 페이트가 대히트한 후 유행하기 시작한 전기물
여고에 다니는 평범한 여고생이 어느날 자신의 정체에 대해 자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이하로는 내용 누설이 있으니, 보는 것은 자기 판단에 맞김)

놀랍게도 주인공 여고생의 정체는 인류의 존재를 위협하는 괴물이다.
다른 작품에 나오는 마냥, 괴물을 한방에 죽이는 능력을 가진 능력자라던지, 능력은 없지만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사내가 아니다.
말그대로 인류의 적 '괴물'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착한 괴물이 인류를 위협하는 나쁜 괴물과 싸우는 이야기인가?
그것도 아니다.
적으로 나오는 상대는 인간 사회를 괴물로부터 지키기 위한 사람들, 즉 인간들이다.

분명 괴물을 퇴치해주는 그들은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더할 나위없는 정의의 사도이다.
하지만 괴물의 입장에서 본다면 어떨까?
갑작스레 쳐들어와 단란하게 살고 있던 주인공 일가족(물론 전부 괴물이다)을 무차별하게 살인한다.
그들은 고통으로 일그러진 괴물들의 표정에서 희열을 느끼고, 괴물을 강간함으로써 쾌락을 느낀다.
괴물 입장에서 보자면 이 녀석들이야 말로, 괴물인 것이다.

인간이 아닌, 괴물의 이야기
인간의 마음을 가진 괴물과
괴물의 마음을 가진 인간
이것이 이 작품의 1부에서 볼수 있는 최대의 볼거리이고, 최대의 매력 포인트이다.

한국꺼라 선입견 가지지말고 솔직히, 아주 솔직히 말해보자

이 설정 재밌지 않은가?

 

■한국스러움, 일본스러움

하지만, 이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그 문장들에 있다.
나스 키노코를 비롯한 일본 에로 게임의 영향을 크게 받은 듯한 문장 스타일은 '한국의 에로 게임'을 기대하고 있던 모두를 실망 시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만일 이 작품이 [수많은 에로 게임중 하나]였다면, 아무도 위에서 말한 사항(일본 에로 게임의 영향을 받았다)은 지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수많은 에로 게임중 하나]가 아니다. 바로 단 하나 뿐일지도 모르는 [한국의 에로 게임]인 것이다.

[일본 작품이 완전 강세를 보이고 있는 미소녀 게임계에 도전장을 내민 한국의 작품]
이점은 주목을 받는 요소가 될수도 있고, 시도만으로도 칭찬을 받을 대단한 업적이기는 하다.
그러니 그만큼 유저들은 [첫 시도에 어울릴 정도로 일본 게임과는 차별화된 요소를 보고 싶다]는 기대를 가득 품고 있는 것이다.

[한국꺼니까 일본 게임과는 다르게 한국스러움을 보여줘야해!!]
[한국꺼니까 일본 게임에서 자주 보이는 일인칭 같은 뻔한 시점을 탈피하고 과감하게 새로운 시점으로!!]
[한국꺼니까 일본식 미소녀말고 새로운 개념의 한국 미소녀를!!]
[한국꺼니까 일본 에로 게임처럼 한번 읽고 소모되는 글이 아닌 문학성 있는 작품이기를!!]
대충 이런 기대를 품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 작품은 이 기대에 한가지도 부흥하지 못했다.

이 작품은 일본 미소녀 게임의 연장선에 있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일본 미소녀 게임식의 생활 묘사
일본 미소녀 게임식의 일인칭 시점
일본 미소녀 게임식의 캐릭터...

그러나 일본 미소녀 게임의 영향을 크게 받은 이 작품이 무조건 나쁜건가? 하면 나는 아니라고 답하겠다.
분명 한국의 오리지널 요소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이 작품 전체를 부정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일본 게임의 연장선상에 존재 하는 건 당연 할지도 모른다. 장르 자체가 일본에서 밖에 없는 장르인데 처음부터 한국의 오리지널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시도' 자체가 얼마 있지도 않은 이 한국 미소녀 게임 계에서, 처음부터 갑자기 '한국만의 오리지널리티를 가진 멋들어진 작품' 은 나올 수가 없는게 정상이다.

결국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뻔한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배끼기도 하고, 비슷할지도 모른다. 문장의 수준이 떨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여러번 쌓이다보면 점차 한국만의 뛰어난 작품이 나올 것이다] 라는 것
이건 너무 안일한 생각일까?

 

■마치며

cg이쁘다. bgm 괜찮다. 소재 재밌다.
문장은.... 그래. 솔직히 문장은 좀 이상하다. 일본스럽다는 걸 떠나서라도 좀 이상한게 사실이긴 하다.(주2)
그러나 문장이 이상하다고 이 작품을 다 싸잡아서 욕하기엔 cg, bgm, 소재등 다른 요소들이 아깝다.
그리고 그 다른 요소들에서 분명한 발전 가능성을 발견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였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 작품이 '완성'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보통 이런저런 시도를 하면서 판을 벌리는 팀은 많다. 하지만 그 벌린 판을 수습 할 수 있는 팀은 얼마나 될까?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끝까지 제작되는 것
그것이 이 작품이 뛰어 넘을 가장 큰 벽일 것이다.

비슷해도 좋다. 미숙해도 좋다.
부디 완성품을 내는 것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 역시 한명의 미소녀 게임 팬으로써 이 작품의 완성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겠다.

 

(주1)글쓴이가 몰라서 그렇지 처음이 아닐지도 모른다.
(주2)문장은 차후 전문가의 감수를 통해 다듬어진다고 한다. 이건 매우 좋은 선택이다.


트랙백

  • 동인게임 크로세인더스 감상 2007/01/23 02:48 #

    그동안 미뤄 오던 팀 나뚜르의 크로세인더스를 플레이했습니다. 플레이 타임자체는 1시간정도로 정말 짧은 편이였습니다. 스토리는 진부합니다. 설정자체도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이것은 월희나 나온 뒤엔 흡혈귀 관련만 나오면 나오는 문제입니다만, 그만큼 월희의 영향력이 큰거겠죠. 이 현상을 보면 일본의 에바쇼크를 떠올립니다. 아무튼 크로세인더스의 스토리는 그다지 참신하다고 느낄만한 요소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더욱 안좋게 보이도록 만...... more

덧글

  • 버서커거북이 2006/12/11 17:58 # 삭제 답글

    완성품이 나온다면 저도 접해보고 싶군요 'ㅂ'

    나름 기대를 갖고 이 작품이 인기를 끌어 동인지가 팍팍 나와 성장하는 작품이 되길 바랍니다 (..)
  • 유선 2006/12/11 18:59 # 삭제 답글

    여기저기서 욕을 엄청해대길래 해보기도 전에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리뷰를 보니 재미있을것 같군요..
  • 무뢰한 2006/12/11 19:32 # 답글

    아, 저도 동감입니다.

    가끔 문체가 너무 직설적인 면이 있어서 안 좋기는 했습니다.
    음, 말을 표현하자면 연출이라고 할까요?

    비주얼 노벨의 성공 여부는 그림이나 음악등 여러 요소가 있지만 역시 내용이고 그것을 표현하기 위한 문체겠죠.

    게임의 전박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글, 특히 문체가 직설적이라서 읽기가 조금 불편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첫 작품으로 무난한 편이라고 생각되요.

    앞으로 기대가 됩니다.
  • 후티오 2006/12/11 21:05 # 삭제 답글

    기업이 생기는 겁니까? 우리나라도 드디어 미소녀 생산지에 발돋움을.. ;; 제2의 아키하바라화 ??
  • 자쿠 2006/12/13 18:59 # 답글

    우와...이거 기대되는데요. 꼭 봐야겠습니다.
  • 초풍신 2006/12/13 23:56 # 삭제 답글

    뜻은 좋지만 작품에 잠재력이 있어보이진 않습니다.

    CG와 문장은 구별 되야죠. CG가 좋다고 버려야 될 문장에 가치가 생기는건 아닙니다.
  • 十五夜 2006/12/16 15:35 # 답글

    뮤앤아이도 CG는 좋았어요.(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그림이긴 했지만.) 배경을 딴 게임에서 가져와서 그렇지...:b

    사실 우리나라는 다른 분야에 있어서도 그런게 많이 보이긴 하지만 특히 2차 창작에 있어선 동인지도 그렇고 게임도 그렇고 일본의 카피 수준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고 봅니다.
  • 후티오 2007/07/31 15:51 # 삭제 답글

    지금와서 다시보지만.. 일러스트 작화님이 19씨여서 그쪽루트로 받아서 해봤습니다만..
    저도 그다지 기대에 만족스럽지는 않더군요. (만족스러운건 cg.... ;;)

    여튼 너무 기대치가 높아서 그런지 다들 선뜻 손에 안 잡히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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