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 메모리즈 오프 ~그로부터~ |
제작사 | KID |
장르 | 연애 어드벤쳐 |
발매일 | 2004.06.24 |
■소갯글 - 메모리즈 오프의 발자취
처음은 그저 one의 영향을 받아, 어디에나 널린 평범한 양산형 미소녀 게임으로 출발 한 작품인 메모리즈 오프
인물들의 관계도나 진담인지 농담인지 알 수 없는 개그, 초반은 일상 묘사에 힘을 기울이고, 후반에 갑자기 사건을 터트려서 감동을 유발하는 구조등은
one, 카논 이후 유행하기 시작한 수많은 미소녀 게임들의 방법론과 별반 다를게 없었다.
메모리즈 오프 1은 국내에도 메모리스 오프라는 이름으로 ps2판이 정식 발매 되었다.
다만 국내에서 큰 실패를 했는지, 유통사인 엠드림마저 사업을 포기해 버렸는데, 이건 어쩔수 없는 일이다.
냉정하게 들리지만 인지도가 낮고 재미가 없는 게임이 안팔리는건 당연한 일이다.
개성이 없었던 것은 둘째치고, 작품 자체의 수준도 좋은 편은 아니였다.
당시에는 단체 세뇌라도 걸린양 호평을 받았던 원화였지만, 냉정하게 동시대의 다른 작품과 비교해보면 결코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는 원화였고,
one의 그 독특한 개그 스타일을 따라한 개그는, 웃기기는 커녕 너무 말도 안되고 이상해서 '전파 개그'라며 놀림을 당할 정도 였다.
시나리오 역시 농담으로도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수준이었는데, 나름대로 구색은 갖추고 있어서 그나마 납득은 할 수 있을 정도 였달까
지금에 와서야 당당히 말하는 건데, 시리즈 첫번째 작품인 메모리즈 오프(이하 퍼스트)는 분명 모자란 작품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후속작인 '메모리즈 오프 세컨드'(이하 세컨드)에서 급변하기 시작한다.
격이 달라진 원화의 수준과 적절한 클래식 음악의 도입으로 인해 너무나 아름다워진 BGM등 게임 외적인 요소는 물론이고,
시나리오의 기본 플롯 자체도 다른 미소녀 게임에서는 시도를 겁내던 '연애의 중간'(주1)을 다룬다고 하는 신선한 플롯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플롯이 신선한 것은 물론이고, 작품의 시나리오 자체도 퍼스트와는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 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뛰어난 퀼리티를 보여주었다.
특히 낭만적이면서 미끈하고 아름다운 문장이 가득 담긴 츠바메 선생의 시나리오는 당시의 미소녀 게임들과는 격이 다른 품격마저 지니고 있는 명 시나리오였다.
어두운 계통으로 통일된 색 배열도 굉장히 좋은 느낌이었다.
작품의 차분한 분위기에 그대로 들어맞은 느낌
또 세컨드가 중요한건, 퍼스트에서 부터 이어지는 테마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품의 스타일은 완전 변했지만, 그럼에도 퍼스트와 세컨드가 같은 시리즈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그 테마
그것은 제목 그대로의 의미인 [추억의 소거]라는 테마이다. (이 이야기는 리뷰 전체를 통해서 조금씩 할 예정이니 계속 읽어주기 바란다.)
그리고 이어지는 세번째 작품 '추억으로 변하는 그대 ~메모리즈 오프~' (이하 오모키미)
시리즈 중에서 가장 독특한 작품으로서, 그 특이성으로 의해 시리즈중에서 가장 안티가 많은 작품이기도 하지만, 일단 팬이 되면 굉장히 높은 충성도를 가진 팬이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세컨드 때부터 조금씩 기미가 보였던, 키드의 오리지널 플롯이 가장 자신감있고 과감하게 전개된 작품이라고 할까
이 작품은 컨셉과 이야기 전개 방식이 너무나 독특한데, 보통 미소녀 게임에서 상식처럼 존재하고 있는 방법론들이 전부 바닥부터 깨부서져 있기 때문이다.
작품의 절반 비율을 차지하는 남성 캐릭터, 주인공은 작품의 중심이 아닌 겉에 존재하는 단역 취급, 플레이어에게 절대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는 캐릭터들, 확고한 짜임이 없는 기승전결, 그저 끝없이 이어지는 일상 묘사, 은연중에 피어오르는 캐릭터들의 악의등...
지금봐도 말도 안되게 실험적인 요소로 가득 채워진 게임이다.
시작 할 땐 카나타 죽어를 외치면서 시작하고
끝낼 땐 카나타 만세를 외치면서 끝내는 게임
메모오프가 만들어낸 최고의 캐릭터 '쿠로스 카나타'는 이 작품에서 탄생 했다.
오모키미 역시 메모리즈 오프의 공통 테마인 [추억의 소거]라는 요소는 그대로 가지고 있었는데,
이 테마의 사용법이 너무나 어른스럽고, 삶의 교훈이 될 정도로 거대한 뜻을 담고 있었다.
누구나 한번쯤 겪을 수 밖에 없는 [타인의 죽음]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하나의 커다란 메시지를 전해준 것이다.
(혹시 몰라 일단 가려두겠지만, 이 작품을 1년 이내에 플레이 할 생각이 없다면, 그냥 드래그 해서 보는걸 권하겠다. 저기에 감춰진 문구는 오히려 게임에 대한 플레이 욕구를 늘려줄 것이다.)
이 작품은 전작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그릇이 큰 작품으로서, 메모오프라는 작품을 다시 돌이켜보게 될 정도로 너무나 멋진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 실험적인 요소는 유저들에게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필자가 보기엔 최고중의 최고지만)
대부분의 유저들은 '미소녀 게임'이 하고 싶었던 거지, '소설'을 보고 싶었던 게 아니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작품의 광팬인 필자도 이 작품을 '노벨 게임'으로 보기엔 최고의 독특함과 완성도를 가진 게임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는 있어도, '미소녀 게임'으로 보자면 그리 좋은 평을 내려줄 수가 없는게 사실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시리즈 네번째 작품인 '메모리즈 오프 ~그로부터~'(이하 소레카라)
소레카라는 발표 당시부터, '원점으로의 회귀'를 중시한 광고를 펼쳤다.
그말인 즉 세컨드에서 보여준 '미소녀 게임의 방법론'을 따르겠다고 공언한 바인데,
이 발언은 오모키미의 광빠였던 필자에게는 꽤 충격으로 다가오는 발언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오모키미라는 혁신적인 실험작을 낸 회사가 더욱 더 발전은 하지 못할 망정, 과거의 영광에 빠져 자기 반복을 하겠다고 공언을 했으니 말이다. (주2)
서론이 길었다.
이제부터 다룰 작품은 바로 그 [메모리즈 오프 ~그로부터~]이다.
과연 이 작품은 오모키미의 혁신적인 시나리오를 이어받아 발전을 했을까?
아니면 세컨드의 미소녀 게임적 방법론을 재현해 자기 반복을 했을까?
(주1)세컨드의 히로인인 시라카와 호타루는 처음부터 주인공과 사귀고 있는 상태, 즉 연애가 이미 성사된 상태에서 시작된다.
보통 미소녀 게임은 관계의 시작에서 연애로 변하기 까지가 주 무대인 반면, 이 작품은 처음부터 '연애중'인 상태인 것이다.
(주2)당시 유저들의 인지도나 인기는 누가 뭐래도 세컨드가 제일이었다. 유저들에게 있어 '원점'이란 퍼스트가 아니라 세컨드이다.
■겉모습 - 닮았지만 전혀 다른 설정
일단 겉에서 보이는 작품의 기본 설정부터 살펴보자.
이 작품은 제작진이 전부터 '원점으로의 회귀'를 주장한 작품인만큼,
세컨드를 떠오르게 하는 설정이 많은데, 무엇보다 메인 히로인인 '이노리'의 존재가 그렇다.
이노리는 세컨드의 무대인 하마사키 고교생이고,
피아노가 수준급이라서 대회를 준비중이고,
주인공과는 이미 2년 반이나 사귀고 있는 오래된 연인 사이이다.
이 설정을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그렇다. 이 설정은 세컨드의 메인 히로인 '시라카와 호타루'의 설정과 똑같은 것이다.
이것은 '원작으로의 회귀'를 주장한 제작진 나름의 오마쥬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헌데, 여기서 재밌는 사실이 있다.
세컨드에서는 켄(세컨드의 주인공)이 오래된 연인인 호타쿠와 사귀고 있는 중에 다른 여자에게 끌린다는 내용이다.
말하자면 차는건 히어로이고, 차이는 건 히로인이었다.
하지만 이번 소레카라는 잇슈(소레카라의 주인공)가 오래된 연인인 이노리에게 이별 통보를 받고 부터 시작하는 내용이다.
즉 차는건 히로인이고, 차이는 건 히어로라는 사실이다.
바로 여기서부터 플레이어는 제작진의 의도를 읽을 수가 있다.
분명 히로인의 기본적인 설정이나 둘의 관계 등은 원점을 따랐다.
하지만 정작 제일 중요한 시나리오 전개는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상반되는 전개를 보여주지 않았는가
('내가 차느냐, 내가 차이느냐' 이건 어찌보면 비슷해보이는데, 전혀, 완전, 완벽히 다른 이야기다)
제작진은 올드팬들에게 추억을 되새길수 있는 선물(이노리)을 준비해줬지만,
그 선물 속에 몰래 자신들의 새로운 이야기를 끼워넣는 것을 잊지 않은 것이다.
이 [닮았지만 전혀 다른 설정]
이것은 제작진의 의지와 팬들의 염원을 절충한 완벽한 첫걸음이었다.
■연애의 끝을 그리는 이야기 - 시리즈 물로써의 테마의 통일과 한 작품으로써의 완성도를 모두 충족하는 완벽한 플롯
잠깐 작품 속으로 들어가보자.
위에서 말했듯이 이 작품은 히로인인 이노리에게 냅다 차이는 것을 전제로 시작 되는 내용이다.
그것도 어느 정도의 시간을 두고 차이는게 아니라, 게임 시작하자마자 첫씬이 바로 차이는 씬이다.
사실 게임을 막 시작한 플레이어는 히로인에게 아무런 감정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노리는 다르다.
이노리의 설정은 세컨드의 히로인 호타루를 암시하는 설정이기 때문에, 그냥 무조건 막연히 남처럼 느껴지지만은 않는 것이다.
그런 캐릭터에게 차이는 것도 충격인데, 찰 때의 멘트도 쇼킹하기 그지 없다.
작품 시작 5분만에 나오는 이별과 그 이유
[애초부터 좋아하지도 않았어]
이렇듯 소레카라는 2년 반동안 사귄 오래된 여자 친구에게 이별 통보를 받고부터 시작 된다.
퍼스트는 모든 미소녀 게임이 그렇듯이 '연애의 시작'을 그리는 이야기였고,
세컨드는 연인 사이가 권태기에 접어들 무렵의 '연애의 중간'을 그리는 이야기였다.
오모키미는 '새로 시작하는 연애'를 그리는 이야기였고, (퍼스트에서 보여준 '처음 시작하는 연애'와는 다르다)
그리고 이번 소레카라는 '연애의 끝'을 그리는 이야기인 것이다.
매 시리즈마다 '추억의 소거'라는 중심 테마를 가지고 있는 메모리즈 오프의 또 하나의 테마
그것은 '연애의 다양한 과정'을 그려낸다는 점이다.
백이면 백 '연애의 시작'만을 그려내는 이 천편일률적인 미소녀 게임 업계에서 이 설정은 설정만으로도 주목해야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게다가 이 '연애의 끝'이라는 설정은 그저 초반의 흥미를 돋구기 위한 낚시로만 사용되는 설정이 아니라, 작품 전체에 관여하는 매우 중요한 설정으로써 작용한다.
어떨 때는 이별 속에 숨겨진 진실을 그려내는 감동적인 이야기로 사용되고,
어떨 때는 괴롭고 힘든 추억을 소거함으로써 나아 갈수 있는 성장물 적인 이야기로 사용되고,
또 어떨 때는 인생에 있어서 당연히 통과해야하는 길로써,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일상의 변화를 상징해주는 이야기로 사용된다.
'연애의 끝'이라는 설정은 다른 곳에서 찾기 힘든 독특한 외견 만이 아니라,
그 요소를 이용해서 작품 자체의 내면을 완벽하게 강화한 매우 탄탄하게 이루어진 설정인 것이다.
시리즈물로써의 테마의 통일성은 물론, 한 작품으로써의 독특함과 완성도를 추구한 이 설정에서부터 필자는 극찬을 내려주고 싶다.
■학원편과 카페편 - 메모리즈 오프 2와 오모키미의 조화
겉모습과 플롯 이야기를 하느라 빙빙 돌아서 왔지만, 이제 때가 왔다.
이 리뷰의 서론에서 던진 첫번째 의문(발전이나 자기 반복이냐)에 명쾌한 답을 내줄 시간이다.
키드는 분명 4번째 작품을 낼때 '원점으로의 회귀'를 목표를 한다고 했는데, 이 점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오모키미의 스타일을 완전 버리고, 평범한 미소녀 게임 스타일을 추구했을까?
아니면, 고집을 부려서 오모키미의 스타일을 발전 시켰을까?
그 답은 양쪽 모두 충족 시켰다.가 되겠다.
세컨드 스타일과 오모키미의 스타일. 이 두가지를 동시에 이룬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되냐고?
해결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소레카라는 커다른 두 개의 시나리오 라인이 있다.
하나는 학원편, 하나는 카페편이다.
학원편은 헤어진 여자 친구를 생각하며 고민하고 괴로워하면서 재결합을 힘쓰는 과정에 생기는 다양한 인연들의 시나리오이고
카페편은 여자 친구는 과거로 흘려보내고, 새로운 무대의 새로운 등장 인물과 함께 생활을 즐기는 내용이다.
자, 이제 감이 올 것이다.
그렇다.학원편은 세컨드의 시나리오를 발전 시킨 타입의 시나리오이고,
카페편은 오모키미의 시나리오를 이어받은 타입의 시나리오인 것이다.
대다수의 유저가 원하는 대중성이 높은 이야기와
소수의 유저가 원하지만 시나리오 라이터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
하나의 시나리오에서 양쪽을 모두 충족시킨게 아니라, 두개의 시나리오에서 각각의 요소를 충족시킨 것이다.
학원편과 카페편은 메인 히로인은 물론이고, 서브 히로인의 구성마저 완전히 별개로 이루어져 있다.
시나리오 타입이 다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다수의 유저와 소수의 유저를 모두 배려한 이 엄청난 설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세컨드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호타루는 학원편에서 매우 비중이 큰 서브 캐릭터로 나오고,
오모키미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카나타는 카페편에서 매우 비중이 큰 서브 캐릭터로 나온다는, 말도 안되게 좋은 팬 서비스를 보여준다.
세컨드의 재현을 원하는 팬들에게는 세컨드의 시나리오의 발전판인 학원편과 세컨드의 히로인인 호타루를 보여주었고
오모키미의 독특한 시나리오를 잊을수 없는 팬들에게는 오모키미의 시나리오를 이어받은 카페편과 오모키미의 히로인인 카나타를 보여주었다.
이거보다 더 큰 팬 서비스가 어디 있을까?
이거보다 더 큰 팬을 위한 작품이 어디 있을까?
세컨드와 오모키미의 팬
즉 모든 메모리즈 오프의 팬이 만족 할 수 있는 이 완벽한 구성
소레카라가 진짜 대단한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인것이다.
■학원편 - 미소녀 게임의 방법론 속에서 최고의 퀼리티를 추구한 이야기
전작인 오모키미가 악평을 받았던 이유중 하나는 '미소녀 게임으로서의 기본적인 완성도'에 미달 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데,
이점을 완벽하게 보완해주는 요소가 학원편의 시나리오이다.
학원편에서 공략 할 수 있는 미소녀들의 겉모습만 봐도 그렇다.
청순가련 지극정성하는 성격이지만 돌변하여 차갑게 주인공을 차버린 이노리
학교의 동급생이자, 언제나 주인공에게 거칠게 대하는 쯘데레 미야비
오빠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배다른 여동생 유카리
겉으로 보이는 설정부터가 한 시대를 풍미 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메이져한 속성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들이다.
그렇다면 속 설정은 어떤가?
예상대로 이것도 실험적인 요소는 싹 지우고, 대중성만을 간직한 최적의 캐릭터 설정으로 되어 있다.
전작은 캐릭터의 속마음에 숨겨져 있는 추한 모습 같은 것을 비춤으로써, 캐릭터의 존재감과 리얼리티를 높혔지만, 당연히 대다수의 유저들은 이런 캐릭터들을 못마땅해했다.
하지만 이번 캐릭터는 겉도 속도 딱 미소녀 게임 유저들이 납득하고 안심 할 수 있을 정도의 남성 판타지로만 가득 이루어진 설정으로 짜여져 있다.
대중성을 위한, 대중성에 의한, 대중성의 캐릭터라고 할까?
털어도 먼지 하나 안나오게 깔끔하고, 남성 의존적이고, 순종적인 그녀들은 골수 미소녀 게임 유저들에게 최고의 캐릭터들로 비춰질게 다름 없다.
시나리오 스타일 또한 지극히 미소녀 게임적 방법론으로 짜여진 이야기이다.
'여자 친구와의 이별'을 소재로 삼은 건 분명 독특하지만, 그외에 이야기의 진행 방법이나 인간 관계를 꾸미는 법이 딱 기존의 '미소녀 게임'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물론 이건 칭찬이다.
제작진들은 전작의 실험과 그 실험의 결과로, 어떤 이야기를 해야 유저들이 좋아하는지 확실히 파악하고, 이렇게 유저가 기뻐할 만한 이야기를 만들어준 것이다.
전작은 한마디로 정의 할수 없는 캐릭터들이 매력이었지만, 아무래도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번에는 속성대로 짜여진 캐릭터일지라도, 매우 대중적인 캐릭터가 된셈
게다가 가장 중요한건 그 미소녀 게임의 방법론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시나리오의 수준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수많은 작품들을 내오면서 쌓인 노하우가 발휘 된다고 할까
교본처럼 잘 짜여진 뚜렷한 기승전개는 물론이고, 좋은 의미에서 유저의 허를 찌르는 상상 외의 시츄에이션들
그리고 엔딩까지 이어지는 화려한 시각적, 문학적 연출들은 수년간 미소녀 게임 일직선을 걸어오고 있는 회사다운 매우 뛰어난 수준의 이야기 였다.
정석을 따르고 있는 캐릭터 조형도 너무나 잘 짜여져 있어서, [키드가 작정하고 모에 캐릭터를 만들면 이렇게 된다]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려주었다.
은하계 최고의 모에 여동생 유카리는 물론이고, (놀랍게도 얀데레 속성도 들어있다!!)
쯘데레 캐릭터인 미야비는 '시대를 앞질렀다'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완벽한 쯘데레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이 작품은 04년 작품이다.)
이노리의 지고지순하고 청순가련한 여성상은 어느 시대에도 통하는 모습이니,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이 완벽한 '팔리는 속성'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캐릭터들은 키드의 캐릭터 조형 실력을 다시 보게 만들 정도로 너무나 대단한 '모에 캐릭터'들이었다.
정리하자
학원편은 대중성을 위해 만들어진 미소녀 게임의 방법론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뻔한 타입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 뻔함은 전작의 실험을 거쳐서 나온, 유저들과 타협한 제작사의 최대한의 배려이다.
그리고 단순히 배려했다고 생색만 내는 것이 아니라, 그 타협과 배려 속에서 제작사가 낼 수 있는 최대 한계치의 시나리오와 캐릭터를 만들어낸 이야기라는 것이다.
(보장하는데 소레카라 학원편의 캐릭터 조형과 시나리오는 메모리즈 오프 사상 최고의 퀼리티라고 할 수 있다.)
모에 캐릭터가 나오고, 모에 시츄에이션이 있고, 연애가 있고, 안타까움이 있고, 갈등이 있고, 마지막엔 행복이 있는
순애물 미소녀 게임에서 바랄 수 있는 모든 것이 들어가 있는 이야기
그게 바로 소레카라의 학원편이다.
■카페편 - 오모키미의 독특한 플롯을 따르면서, 미소녀 게임의 방법론을 섞어 놓은 이야기
자, 이젠 카페편이다.
앞서 말했듯이 카페편은 오모키미의 스타일을 이어받는 이야기이다.
다만, 워낙 사람을 가리는 오모키미의 스타일을 그대로 이어 받을 수는 없었는지, 많은 개량이 가해졌다.
주인공을 단역 취급하고 깔보는 듯한 등장인물들의 태도 묘사는 최소한으로 줄어들었고.
대화를 즐기던 친구들이 대부분 남자(4명이나 된다!!)였던 오모키미와는 다르게, 소레카라에서는 친구역 캐릭터는 전부 미소녀로 대체 되었다.
(물론 세명의 미소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대화 패턴은 오모키미의 '큐빅 카페'에서의 그 느낌을 그대로 살려주고 있으니, 전작의 팬들은 안심해도 좋다.)
정확히 말하자면 오모키미의 스타일이라기 보다는, 유저 취향에 맞게 적당히 타협한 [new 오모키미 스타일]이라고 할까?
오모키미는 분명히 매우 좋은 작품이고, 이야기 구조도 매우 혁명적이었다.
하지만 받아 들일 수 있는 사람은 적었다.
이번 소레카라는 오모키미의 장점을 그대로 이어왔으면서, 받아 들이기는 쉬워진 것이다.
전작의 독특함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대중성을 갖추기 위한 이 개량은 매우 현실적인 판단이었다.
학원편이 연애를 중요시하는 이야기라면
카페편은 오모키미와 마찬가지로 친구들 사이의 우정과 변하지 않는 일상을 중요하게 여긴다.
카페편은 진입 방법부터 많은 의미를 품고 있다.
카페편의 진입 방법은 바로 '아무도 공략하지 않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것'
이노리와의 관계를 되돌리지 않고, 그외의 학원편 캐릭터의 루트를 타지 않고, 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그때부터 '카페편'이 시작 되는 것이다.
즉 '이노리'라는 과거 여자친구의 추억을 지우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여서, 한층 정신적으로 성장한 프리터가 바로 카페편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이 진입 방법은 오모키미의 시나리오를 전부 요약하고 있는 것이다.
즉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기는 즐겁고 괴로운 추억을 간직한채 살아가는 모습을 말이다.
게임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오모키미의 시나리오를 요약하고 시작된 이 카페편은 오모키미에서부터 말해온 메시지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결론을 내세우기에 이른다.
오모키미가 '추억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줬다면,
소레카라는 '추억을 변화시키며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알려줬다고 할까
시간적으로도 메시지적으로도 오모키미에서 한층 나아간 이야기를 보여준 소레카라
이 두 작품은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메모리즈 오프 3인 '추억으로 변하는 그대'(想い出にかわる君)는
메모리즈 오프 4의 '그래도 너를 잊지 않을테니까'(それでも君を想い出すから)로 완결되는 하나의 작품으로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주3)
(주3)'それでも君を想い出すから'의 앞의 두자와 뒤의 두자를 빼서 읽어보기 바란다.
'それから'는 '(너와 헤어진)그로부터'라는 의미와 함께, '그래도 너를 잊지 않을테니까'라는 숨은 메시지가 담긴 이중적 의미의 제목이다.
■마치며
퍼스트에서는 죽은 소꿉친구와의 추억을 지운다.
세컨드에서는 지금 사귀고 있는 여자 친구의 추억을, 또는 여자 친구를 선택함으로써 잊을 수 밖에 없는 다른 히로인의 추억을 지운다.
오모키미에서는 과거가 되버린 여자 친구의 추억을 지우고, 영원히 떠나가버린 사람의 추억을 지운다.
그리고 소레카라에서는 지금까지 지운 추억에 의미를 부여해준다.
추억을 지우는 과정에서 상처받고, 저항하고, 나아가는 이야기
추억을 지운다는 것은 실패하고 없어지고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무언가를 극복하고 나아가고 성장하는 것이다.
시리즈가 지남에 따라 작품 속의 시간대가 흐르고, 유저들도 나이를 먹는다.
세월이 흐르고, 시간이 쌓이고, 유저들과 함께 작품도 성장한다.
유저의 시간과 추억을 공유하며 한없이 큰 존재감을 가지게 되는 세계와 캐릭터
처음에는 그저 널리고 널린 미소녀 게임이었을 뿐이었지만,
시리즈를 거쳐서 4번째 작품에 와서는 대중성을 갖춘 안정적인 시나리오와 독특함을 갖춘 실험적인 시나리오를 완벽하게 조합 할수 있는 너무나 거대하고 대단한 그릇을 가진 게임이 되어있었다.
수년에 걸친 시간을 쌓은 시리즈물만이 줄 수 있는 메시지
사랑을 하고,
변화를 인정하고,
추억을 딛고 성장하는 그들의 이야기
메모리즈 오프의 세계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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