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까는 글이니 팬이라면 안보는 것을 권합니다.
타이틀 | 라이크 어 버틀러 (Like a Butler) |
제작사 | AXL |
발매일 | 2009.02.27 |
■안정적인 제작사 AXL
'코이타테', '프린세스 프론티어'등 작품성도 대중성도 안정적인 작품을 내기로 유명한 제작사 AXL
비록 크게 뛰어난 명작을 배출하는 회사는 아니라고 할 지 언정,
절대 꽝이나 지뢰가 없이, 일정 이상의 재미를 반드시 보장해주는 게임 퀼리티는 유저들 사이에서 큰 호평을 듣고 있었다.
[AXL의 게임에는 꽝이 없다.]
[AXL의 게임은 뭘 해도 비슷하지만, 뭘 해도 일정 이상의 재미를 얻을 수 있다.]
[AXL의 게임은 안심하고 즐길 수 있다] 등
유저에 있어서 AXL의 이미지는 그렇게 호의적으로 굳혀져 가고 있었다.
그런 AXL이 이번에 신작을 발표하였다.
타이틀은 라이크 어 버틀러 (이하 Lab)
컨셉은 세레브 아가씨와 서민 집사의 러브 코미디
여기까지만 들어도 딱 [평소와 다름 없는 AXL 게임]이 나오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 할 수 있다.
음, 근데 이거 좀 이상하다.
분명 이 이상은 바라지 않았고, 딱 기대 수준만큼의 작품이 나왔는데 불구하고...
이번엔 왜 이렇게 아쉽게 느껴지는 걸까?
■세레브 라이프 + 집사물
*우선 이 작품의 컨셉과 장점부터 살펴보자
이번 작품의 최대의 포인트라고 한다면 역시 누가 뭐라고 해도 '세레브 라이프'(Celebrity Life)일 것이다.
'계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삶이 질이 틀린 최고급의 부자들
그런 최고급 부자들의 생활을 엿보거나, 조금이나마 가상 체험 한다는 것은 분명 굉장히 매력적인 소재이다.
이렇게 과감하게 '세레브 라이프'라는 문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 답게,
작중에서도 '세레브 라이프'라는 개념이 그냥 세계관 설정용 맛보기로 사용하는게 아니라,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 하고 있고 적극적으로 이야기에 개입되고 있다.
세레브의 엄청난 규모의 재산이나 상식을 벗어난 돈 씀씀이에 놀라는 주인공(서민)의 연출이라던지
주인공의 '너무 평범하기에 오히려 신기한' 모습에 세레브들이 컬쳐 쇼크를 느낀다던지 등
세레브와 서민의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이런저런 소동과 갈등을 재미 있게 그려내고 있다.

*물론 이 설정 하나만으로는 좀 약하다고 느꼈는지, Lab에는 재밌는 설정이 하나 더 추가 되어 있다.
그것은 바로 '집사'의 개념
그것도 그냥 '부잣집 아가씨에게 봉사하는 일류 집사'라는 뻔한 설정이 아니라,
'서민 아가씨에게 봉사하는 서민 집사'라는 이야기만 들어도 솔깃한 신선한 설정이라는 것이 포인트이다.
평범한 서민에 지나지 않는 히로인과 주인공이 '세레브 아가씨'와 '집사'를 연기하며,
세계적인 부잣집 아가씨들이 있는 초 세레브 학교에 다니게 된다는 이 재미 있는 컨셉
서민에 지나지 않는 히로인이 어떤 식으로 '부잣집 아가씨'를 연기하고
서민에 지나지 않는 주인공이 어떤 식으로 '집사'를 연기하게 될지
그리고 그 둘이 세계적인 부자들 사이에서 어떤 취급을 받고, 어떤 트러블을 일으키게 될지
그냥 상상만해도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는가?
전작인 '코이타테'때도 그랬지만, 시나리오라이터인 하세가와 아이의 기획력은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로 우수하다.
듣기만해도 기대를 가득 품게 해줄 이 우수한 컨셉
시나리오 컨셉만 따지자면 이 작품은 이미 만점이다.
■세레브와의 연애, 그 매력
*코이타테와 이번 Lab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한 다면, 바로 '연애 묘사'의 큰 증가
코이타테는 다 좋은데 '여장'과 '보디가드'라는 특성 때문에 연애 묘사가 좀 얼렁뚱땅 밍숭맹숭 했던게 흠이었다면, (연애라기 보다는 백합이나 흔들다리 효과적인 이미지가 크다.)
이번 Lab는 하세가와 아이의 달콤한 연애 묘사를 한 가득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상대에게 끌리고, 두근거리고, 고백하고, 오해하고, 거절 당하고, 질투하고, 끌어안고 등등...
초일류 세레브들과 함께 즐기는 연애의 밀고 당기는 간질간질한 묘사가 참 기분 좋게 다가온다.
게다가 대상이 초일류 세레브다 보니까, 그 '신데렐라'적인 느낌도 참 좋고 말이다.
신데렐라는 여자만 꿈꾸는게 아니다. 남자도 가끔은 돈 많은 여자를 만나서 신데렐라처럼 신분 상승과 사랑을 동시에 잡고 싶은 마음도 있는 법이니까.
다만 좀 마음에 걸렸던 건 에로씬 도입이 이번에도 참 부자연스럽다.
손도 못잡을 것처럼 풋풋한 연애를 한 두 사람이 다음 날 갑자기 펠라치오를 하고 앉아 있으니, 이거 참 ㅋ
그 제트 코스터 뺨 때리는 놀라운 진도 속도에 좀 쓴웃음이 나온 것도 사실이다.
에로씬 자체는 꽤 야하고 좋았다.
사실 원화가 세노모토의 그림이 워낙 '아름다운' 스타일이라, 이게 이쁘기는 해도 딱히 성적으로 흥분이 되는 그림은 아니였는데,
이번에는 채색 스타일을 바꾼 탓인지 어떤지, 꽤나 꼴리는 그림이 되서 돌아 왔다.
캐릭터 당 에로씬 횟수도 요즘 야겜 답게 세 번씩은 있고 하니 양적으로도 만족스러운 편
*캐릭터에 대해서 언급 하자면, 서민 아가씨인 카나데와 호텔왕의 딸 세라가 참 마음에 들었다.

카나데는 작품 구조상 완소 캐릭터가 될 수 밖에 없는 반칙 캐릭터
역시 '나만 바라보는 소꿉친구 캐릭터'는 10년이 지나도 100년이 지나도 빛이 바라지 않는 최고의 소재이다.
게다가 이 귀여운 서민 아가씨가 열심히 '부자'를 연기하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부자를 연기하긴 하지만 천성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그 서민 근성과 착한 마음은 어딜가지 않는게 참한 마누라감이고 말이다.
또 에로씬 때 얼마나 매력적인지 말도 못한다.
섹스에 적극적이지 않다는게 매력적이랄까,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섹스에 '부끄러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꽤 높은 포인트를 주고 싶다.
다만 목소리가 너무 땍땍 거리는게 유일한 흠이라면 흠 ㅋㅋ
겜 할 때, 얘 목소리만 볼륨을 1~2단계 정도 낮추고 했다.

다음은 세라
'세레브와의 연애'를 가장 잘 나타내준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미호시는 여러모로 핀트가 어긋난 시나리오라 좀)
'서민 문화에 적응 되지 않은 순수한 부자 아가씨'라는 느낌을 잘 나타내줬다고 할까
특히 연애 파트에서 그 '너무 황송해서 다루기 힘든 느낌'이 아주 좋았다.
미호시처럼 그냥 막나가는 안하무인적인 부자면 이쪽도 부담없이 막 대해주면 되지만,
세라는 주인공에게 맞춰 주려고 노력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니, 이쪽도 세라에게 맞춰주려고 노력해야하는데,
그 '상대에게 맞춰주는' 작업이 적당하게 연애에 대한 프레셔를 주었고, 이게 꽤 좋은 느낌이었다.
세라는 세레브와 서민의 감성적 차이와 동시에 남성과 여성의 감성적 차이를 멋지게 조합한 캐릭터라고 본다.
'여자애랑 사귀는 것'은 기쁘고 황송하고 두근거리는 이벤트이지만, 반면 조금은 부담 되기도 한다.
그런 섬세한 감각을 잘 살려준 우수한 캐릭터였다.
■원하지 않는 전개가 너무 많다.
*자, 이제 슬슬 단점을 캐보자
Lab의 단점은 딱 한줄로 정의 가능하다.
그것은 바로 [원하지 않는 전개가 너무 많다]는 것
Lab는 기획을 세우고 컨셉을 잡는 것 까지는 완벽한데, 내부 플롯이 굉장히 의문스러운 전개의 연속이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카나데의 알 수 없는 '서민 이론'
카나데는 부자 아가씨들이 뭘 할 때마다 툭하면 낭비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툭하면 뭐든지 자기의 힘으로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그 이론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 절약하는거 좋다.
거 부자고 나발이고 절약하고 살아야지, 암 그렇고 말고. (그리고 카나데는 귀여우니까 좀 뻘소리를 해도 다 용서 할 수 있다.)
아, 근데 이게 게임 컨셉이랑은 정반대 되는 이론이라는 사실
세레브들의 화려하고 호화스러운 삶에 플레이어가 만족하고 기분 좋게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낭비는 안돼!!!'라면서 플레이어와 게임 컨셉을 전부 부정하는 카나데의 초딩용 교훈이 플레이어의 마음을 싹 식게 만든다.
왜?? 어째서?? 지금???
왜 하필이면 부자 판타지를 즐기는 작품에서 부자 판타지를 부정하는 교훈을 말해야하는 걸까?
환상을 즐기는게 아니라, 환상에서 깨어나라고 말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교훈
왜 시나리오라이터는 이런 되지도 않는 설교를 하려고 한 걸까? 이 작품은 부자 판타지를 즐기는 게임이 아니였던 걸까??
적어도 난 세레브 라이프를 즐기면서 환상에 젖어 있고 싶었다.
근데 왜 갑자기 그 안에서 그걸 부정하는 초딩용 도덕 공부를 시킨단 말인가?
이건 도대체 누가 득을 보는 전개란 말인가?
그외에도 전교생과 서민 승부를 하는 카나데라던지,
서민 음식에 빠져드는 부자 아가씨들이라던지 뭔가 영문을 알 수 없는 전개가 줄을 잇는다.
아니, 서민과 세레브의 갈등이나 차이를 그린다는 측면에서, 그렇게 다툼을 벌인다던지 컬쳐 쇼크로 인한 관심을 나타내는 시추에이션도 나쁘진 않다.
문제는 그 안에 담긴 사상이다.
왜 꼭 세레브를 '악'으로 규정하고, 서민에 비해 '열등'하다고 묘사하고, 세레브는 항상 서민에게 '배움'을 받느냐 말이다. 이상하잖아?

[최고급 음식이 입에 안맞는다고 일부러 서민 음식을 주문해서 먹는 그 상상을 초월하는 주인공의 궁상스러움에 웃음이 다 나왔다.
그뿐인가, 주인공이 소개해주는 인스턴트 커피나 컵라면 같은 서민 음식에 정신을 못차리고 빠져드는 부자 아가씨들은 또 뭔가.
이 작품은 '세레브 라이프'가 컨셉이 아니라, '궁상 라이프'가 컨셉인게 아니였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
아, 난 부자들의 삶이 보고 싶은데 왜 자꾸 서민이 뭘 처먹고 사는지, 부자에 비해 뭐가 우월한지 시시콜콜 보여주냐 이말이야
난 세레브 라이프를 즐기면서 호화스럽고 우아한 연애를 하거나,
서민과 세레브가 서로의 좋은 점을 발견하고 서로를 위하는 전개가 보고 싶었지
[세레브를 교육 시키는 서민이 세레브들의 우위를 점령]하는 가지지 못한 자의 망상 열폭스러운 전개를 보고 싶은게 아니였단 말이다.
*게다가 액션 전개는 왜 또 껴넣었는지
코이타테에서도 미묘했던 액션 묘사가 여기에서 또 나온다.
'세레브 라이프'에서 왜 액션이 나오냐고? 직접 해보길 바란다 ㅋㅋ
'라이크 어 버틀러'가 순식간에 '코이타테'가 되버리는 그 초전개에 나조차 할 말을 잃을 정도 였으니까 ㅋㅋ
진짜 이 시나리오라이터에게는 액션 금지령이라도 내려야한다.
■여전히 부족한 전문성
*같은 시나리오라이터의 전작 코이타테는 '보디가드'라는 전문 직업을 다루는 작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직업에 대한 전문성은 상당히 떨어지는 작품이었다.
그렇다면 '집사'를 다루는 이번 Lab는 어떨까?
여전히 직업의 맛있는 부분만 빼오고 전문성은 없는 묘사를 보여줬을까?
아니면, 의외로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주는 잔 지식에 도움을 주는 꼼꼼한 직업 묘사였을까?
이 질문에는 대답을 할 필요가 없다.
왜냐면 그 이전에 근본적인 부분에서부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주인공이 집사일 필요가 없다.
집사다운 전개나 집사다운 행동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냥 '동급생'일 뿐이지, 딱히 직업에 대한 전문성을 띄고 있는 것도 아니고, 띄려고 노력하는 것도 아니다.
(놀랍게도 주인공이 목표 의식이 없다.)
주인에게 변치 않는 충성을 맹세하며 공주님과 기사와도 같은 관계를 가지는 것도 아니고,
일류 집사로써 같은 남자가 봐도 멋있게 보일 정도로 히로인의 뒷바라지를 해주는 것도 아니다.
물론 주인공은 일반인이고, 이번에 처음으로 집사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서툴고 마음가짐이 잡혀있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다.
근데 그게 작품 끝까지 이어지면... 딱히 변호할 말이 없다.
이 작품에 있어서 '집사'란 그냥 무대를 만들기 위한 장치일 뿐이지, 그 이상은 없다고 보면 된다.
'집사'라는 설정에 끌려서 이 작품을 하겠다는 분이 있다면 강하게 말리고 싶다.
*그럼 또 하나의 전문성을 요하는 부분인 '세레브'에 대한 묘사는 어떨까?
이것 또한 미묘하다.
라이터가 '부자'라는 것에 대한 전문 지식이 조금도 없는지, 만화스러운 과장 된 부자 표현만 이어질 뿐이지,
그 이상으로 정말로 부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묘사 같은건 전혀라고 할 정도로 없다.
(예를 들자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용하는 백화점에 서민은 들어 갈 수 없고 볼 수도 없는 VIP용 전용 공간이 있다던지 그런거)
고작 '집이 크다', '쓰는 물건이 고급이다', '서민 문화를 잘 모른다' 정도로만 부자를 표현하고 있으니, 그 가벼운 표현에 한숨이 나온다.
전문적으로 '부자의 삶'을 다루는 작품이면 좀 더 뭐랄까... 깊이 있는 묘사를 보여줘도 되지 않았을까?
■마무리
아쉽다. 너무나 아쉽다.
컨셉은 진짜 재밌다.
평범한 서민이 부자 아가씨와 집사를 연기하며 초특급 부자들이 몰려 있는 곳에서 생활을 보낸다는데 얼마나 재밌겠어?
근데 뚜껑을 열어보니 참 미묘했다.
사실 전체적으로 작품을 보자면 나쁜 작품은 절대 아니다.
그림은 이쁘고, 분위기는 포근하고, 웃길 때는 웃기고, 야할 때는 야하고, 엔딩도 깔끔하니 뒷맛도 좋고 말이다.
하면서 즐거운 작품이라는 것은 틀림 없다.
근데 전작과 비교 했을 때 모든 부분에서 랭크가 한단계씩 떨어 진다는 사실 또한 절대 부정 할 수 없다.
차기작에는 발전을 기대하는 법인데, 오히려 퇴화를 해 버리면 실망이 커지는건 당연한 사실
그래서 이번에는 필요 이상으로 평가를 엄하게 했다.
AXL은 분명히 안정적이다.
Lab도 충분히 '안정적인 작품'의 범위 안에 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안정적이다'라는 말 속에 숨겨져 있는 속뜻은
[항상 비슷한 수준의 작품을 낸다]라는 정체된 뜻이 아니라
[조금씩이지만 계속 발전한다]라는 기대를 품고 있는 뜻이라고 생각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Lab는 그 '작은 발전'의 기대에 못 미친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글의 마지막에 다시 한번 묻고 싶다.
AXL은 안정적일까?
분명한건 Lab같은 작품이 계속 나온다면 '안정적이다'라는 포지티브한 단어는
언젠가 '거기서 거기'라는 네거티브한 단어로 변하게 될거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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