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 코맥 매카시 지음, 임재서 옮김/사피엔스21 |
퓰리처상 수상작가이자 서부 장르 소설로 유명한 코맥 매카시의
묵시록적 분위기가 듬뿍 담긴 스릴러 작품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우연히 200만 달러의 현금이 들어 있는 가방을 가지게 된 쫒기는자 모스
자신만의 철학과 법칙만을 가지고 행동하며 그것에서 벗어난 모든 것을 제거하는 냉철한 추격자 안톤 시거
그리고 회의주의적이고 비판적인 시선으로 사건을 지켜보고 세상을 이야기하는 노인 보안관 벨
이 셋이 벌이는 이야기가 이 작품의 주요 시나리오이다.
작품의 분위기는 매우 메말라 있고 차갑고 어둡다.
그와 동시에 느껴지는 서정적이고 안타까운 그 쓸쓸한 느낌
그리고 이 독특한 분위기 속에서 펼쳐지는 잔혹한 스릴러의 이야기
그 어울리는지 어울리지 않는지 표현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섞여 있는 것이 작품의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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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는 큰 특징이 있다.
그것은 문체가 매우 독특하다는 점
감정을 담은 서술이나 설명이 일절 존재하지 않고,
그 어떤 격한 상황에도 그 어떤 일이 일어나도 문체는 매우 덤덤하고 간결하다.
부호처리 없이 그냥 쭉쭉 뿌리면서, 한줄씩 개행하는 대사도 그 차가움에 일조한다.
시거는 25센트짜리 동전을 주머니에서 꺼내더니 손톱으로 튕겨서
위쪽의 푸르스름한 형광 불빛 속으로 빙글 던져 올렸다. 그러고는 동
전을 낚아채서 팔에 말아놓은 피 묻은 수건 바로 위쪽의 팔등에 찰싹
내려놓았다. 그가 말했다. 맞히시오.
맞히라고요?
그렇소.
왜요?
그냥.
뭣 때문에 맞혀야 하는지 알아야겠소.
그렇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소?
나는 아무것도 건게 없어요.
이미 걸었소 당신은 당신의 인생 전부를 걸었지.
내가 이기면 무엇을 얻는 겁니까?
전부를 얻소. 시거가 말했다. 전부.
말이 안되는 말을 하는구료, 젊은 양반
맞히시오.
앞면
시거는 동전을 덮은 손을 뗐다.
동명의 영화 또한 이 메마른 문체를 기막히게 재현하고 있다.
BGM이나 화려한 화면 전환 없이
환경음만으로 그저 덤덤하게 살인이 일어나고 추격전이 일어난다.
소설의 문체에도 영화의 연출에도
아무런 과장이 없기에 느껴지는 그 기묘한 섬찟함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딱 한 가지 어필해야할 점이 있다면
그건 분명 이 문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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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다양한 재미를 가진 소설이지만 그중 첫번째는 바로 스릴러로서의 재미이다.
마약 거래 현장에서 우연히 돈가방을 훔치게 된 평범한 남자 모스와
냉정하고 탁월한 능력의 살인마 안톤 시거와 쫒고 쫒기는 추격전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건 작품 특유의 싸늘한 문체)
압도적인 악의가 쫒아오는 듯한 느낌
뒤를 돌아보면 그곳에 있을 것 같고, 멈춰서면 잡힐 것 같은 그런 공포
언젠가는 잡힐 수 밖에 없을 것 같은 그런 두려움
그런 엄청난 절망감이 숨막히게 몰려오는 느낌
이 돈가방을 들고 있는 이상, 아니 돈가방을 들어버린 이상 마지막에 기다리는 것은 죽음 밖에 없을 것이라는 확신
일방적으로 사냥 당하는 공포의 표현을 기가 막히게 표현해주고 있다.
살아 남을수 있을까? 아니 죽을 수 밖에 없을걸
그렇게 체념하게 해버리는 압도적인 힘이 거기에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건 희대의 명 캐릭터 안톤 시거의 힘이 크다.
살인에 일절의 주저함이 없다.
하지만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정신이 이상한 싸이코패스는 아니다.
분명히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고 자신만의 법칙을 가지고 있다.
단지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또는 그것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선 주저함이 없다.
마치 아픔도 느끼는 것 같지 않고, 감정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그런 차가움
어떠한 불리한 상황에서도 살아남고, 어디에 숨어 있어도 탁월한 정보 수집 능력으로 상대를 찾아내는 그런 악마 같은 남자
존재하는 것만으로 눈이 마주치는 것만으로 공포라는건 안톤 시거에게 가장 어울리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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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스릴러라는 오락적이고 알기쉬운 재미와 함께
작가만의 철학적인 사고와 등장인물을 이용한 상징적인 메시지 또한 동시에 갖추고 있다.
도망자 모스는 작품을 보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낙관적인 우리의 모습.
우연과 호기심이 겹치고 겹쳐서 발견한 마약 거래 현장
눈앞의 욕심에 혹해서 무서운 줄 모르고 마약 거래 현장에 떨어져 있는 총도 챙기고 200만 달러도 챙기는 간사함과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우둔함
그와 동시에 사건 현장에 있었던, 총상을 입고 물을 애타게 외치며 죽어가는 사내가 잊혀지질 않아서
위험한걸 알면서도 오밤 중에 물을 떠다주려는 그런 멍청한 따스함과 인간미를 가진
멍청하고 우둔하지만 싫어 할 수 없는 우리들의 모습
안톤시거는 저항 할 수 없는 힘이나 운명, 삶에 있어 반드시 당하고 거칠 수 밖에 없는 악의 또는 저주이다.
200만을 주운, 깨끗하게 못한 일에 손을 담은 나를 끝까지 추적해 오는 남자
그가 지나가는 곳에는 시체가 쌓이고, 그는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날 찾아내고, 어떤 방법으로도 죽지 않는다.
절대로 저항 할 수 없는 압도적인 힘의 공포
'운명'이라 말해도 나쁘지 않은 그 힘에는 거스를 수 없다.
그리고 벨은 또 하나의 우리 자신이자 비관적인 우리의 모습이다.
벨은 사건의 밖에 있는 인물이다.
모스와 안톤시거나 목숨을 건 추격을 벌이고 있는 사이
보안관 벨은 항상 한발 늦게 현장에 도착하게 된다.
그는 시거가 남긴 인간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불가능한 처참한 현장을 본다.
벨은 시거를 단 한번도 만나지 못한다.
그에게 있어서 시거는 이해 할 수 없고, 하고 싶지도 않지만
분명히 '거기'에 존재했던 거대한 힘의 흔적이다.
벨은 항상 한탄한다.
더 물러날곳이 없을 정도로 끝으로 치달아가는 세상을 한탄하고,
도덕 관념이 무너지고 있는 젊은 세대를 비난한다.
이게 정말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범죄란 말인가?
이게 정말 나랑 같은 인간의 사고란 말인가?
그는 비참한 현실의 모습에 고개를 젓는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건 노인이면 누구나 하는 걱정이라고, 세상은 부폐하지 않았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부폐하고 파국으로 치닫는 세상을 보며 걱정과 체념을 하는 사람을 '노인'이라고 한다면,
피할수 없이 닥쳐오는 어둠에 대해 겁을 내는 것을 그저 '노인'이라는 말로 정리해 버린다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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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시거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스릴러적 재미
묵시록적 세계관과 벨이라는 비관적인 보안관을 이용한 철학적 질문
그리고 이것을 묶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문체
죽음과 피가 난무하지만 시선은 항상 차갑고 메말라 있다.
[때론 지적이고 때론 자극적이지만 기본은 너무나도 쓸쓸하고 서정적인 작품]
이 작품에는 그런 말이 잘 어울린다.






덧글
리트 2011/04/10 12:41 #
노인을 위한 나라가 없다는 게 그런 뜻이었군요.제목만 보고 무슨 복지사회가 없다는 소린가 해서 노인들이 모여 투쟁하는 이야기를 상상했습니다(...)
메이 2011/04/10 15:15 #
'쯧쯧 요즘 젊은이들은...' 을 이 세상에서 가장 멋있게 표현한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됨ㅋㅋ
러미크 2011/04/10 14:18 #
노인의 시대에선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일어나는노인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그렇기에 이 나라는 노인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라는 제목으로 기억하네요.
그나저나 코맥 매카시분의 소설은 아무래도 문체 덕분에 읽기 조금 버거운 게 사실
[더 로드때도 힘들었음 ㅠㅠ]
메이 2011/04/10 15:17 #
근데 또 이 문체가 아니면 맛이 안나니까요.다만 읽기 쉽고 흥겨운 문체가 아닌건 분명함 ㅋ
구라펭귄 2011/04/10 16:45 #
공기총[?] 뿌앙뿌앙~이걸 처음에 아무 사전 지식없이 영화로 봤다가
'이게 무어냐' 하고 몇시간 멍때린 기억이...
메이 2011/04/10 18:50 #
펌프로 쏘는 그거 말하는거? 그거 연출의 박력이 장난 아니였죠 ㅋㅋ근데 이걸 사전 지식없이 봤다니 완전 행운이신듯
아이언듀크 2011/04/28 11:31 #
괜찮긴 했는데 예전에 봤던 딘 쿤츠의 작품들이 계속 떠오르더군요. 플롯이 거의 똑같다고나 할까. 하지만 쿤츠는 90년대의 세기말적 음울함과 다크한 주인공의 내적 고뇌, 완벽하게 합리적이지만 누가 봐도 미쳐있는 싸이코패스를 그려내는 반면 이쪽은 허허벌판과 무덤덤한 운명의 부조리성에 좀 더 집중한 것 같습니다.
메이 2011/05/05 21:13 #
앗, 이런 식으로 또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었네요.이런 스타일로 좀 더 보고 싶었는데 이번에는 딘 쿤츠의 작품을 찾으면 될듯!